우물이 울고 있었다. 사흘째.
그 소리를 듣는 건 엘리안 하나였다. 하렌에선 늘 그랬다. 그래서 그는 늘 “재수 없는 소리 하는 잿밥"이었다.
광장 한복판의 에오르 우물. 마을을 먹여 살리는 마나 샘. 그게 낮게 떨렸다. 활시위가 끊어지기 직전 같은 소리. 남들 귀엔 안 들리고, 엘리안 귀엔 이가 시릴 만큼 또렷했다.
우물이 죽어가고 있었다. 아니, 더 나빴다. 터지려 했다.
“우물 이상해요.” 엘리안이 말했다. “물 긷지 말고 좀 떨어져요.”
방직공 카른만 빼고 아무도 안 돌아봤다. 징세원이 픽 웃었다. “또 시작이네, 잿밥.”
“진짜라니까요.”
“진짜면 어쩔 건데. 우물이 네 말 듣냐?” 웃음이 번졌다.
엘리안은 입을 다물었다. 열여섯 해 동안 배운 거였다. 잿밥의 말은, 아무리 맞아도 잿밥의 말이라는 걸.
우물이 음을 한 계단 올렸다. 이가 시렸다. 시간이 없었다.
지금이야. 크게 소리쳐. 멱살이라도 잡아 끌어내. 아는데—
또 미친놈 소리 들으면. 그 생각이, 딱 세 번의 숨만큼 그를 붙잡았다. 하나. 둘. 셋.
세 번째 숨에서, 우물이 비명을 질렀다.
“터진다! 도망쳐!” 그제야 목이 찢어져라 외치며 옆의 아낙을 밀쳤다.
늦었다. 아는 순간 이미 늦은 거였다.
에오르가 역류했다. 돌 테두리가 종잇장처럼 찢겼다. 공기가 유리처럼 터졌다. 엘리안이 민 아낙은 나뒹굴며 살았다. 그 비명에 몸을 튼 몇도 살았다. 돌아보지 않은 자들은, 아니었다.
카른도.
마을에서 유일하게 그를 잿밥이라 안 부른 노인이었다. “넌 남들 못 듣는 걸 듣는 거야. 부끄러운 게 아니라.” 그렇게 말해 준 사람. 그 카른이 우물 옆에 있었다. 엘리안이 손을 뻗었다. 세 걸음. 딱 그만큼 늦었다.
먼지가 가라앉았을 때, 카른은 없었다.
마을은 그를 구원자가 아니라 범인으로 몰았다.
“사흘 전부터 우물 죽는 걸 안 놈이야.” “터질 걸 어떻게 알아. 저놈이 저주한 거지.” “우물을 저주한 아이.”
말은 삽시간에 번졌다. 엘리안은 주먹을 쥐었다. 목이 뜨거웠다. 사흘을 말했는데. 안 들은 건 너희인데.
억울함을 삼켰다. 소리쳐 봤자, 또 잿밥의 말이니까.
“흥미롭군.”
등 뒤에서 목소리가 떨어졌다. 잿빛 외투의 노인. 마르고 꼿꼿했다. 무너진 우물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언제부터 들렸지. 저게 우는 소리.”
“…사흘 전이요.” 엘리안이 경계하며 답했다.
“사흘이면 마을을 통째로 빼돌리고 개까지 챙겼겠다. 근데 셋만 살았어.” 노인이 고개를 돌렸다. 늙었는데 조금도 흐리지 않은 눈. “재능은 저주가 아니야. 겁이 나서 못 쓰는 게 저주지.”
말이 급소를 찔렀다. 엘리안은 발끈했다. “…그럼 어쩌라고요. 사흘을 소리쳤어요.”
“소리만 쳤지. 멱살은 안 잡았고.” 노인이 돌아서 걸었다. “듣기만 하는 귀는 반쪽이야. 나머지 반쪽을 배우면—”
그가 멈췄다. 어깨 너머로.
“저기서 널 잿밥이라 부르는 것들이, 언젠가 네 앞에 줄을 서게 된다.”
엘리안의 심장이 쿵 뛰었다.
“…뭘 배우는데요.”
“흐름을 읽고, 트는 법. 세상은 물로 굴러가고, 물길은 읽는 자가 쥔다.” 노인은 이미 걷고 있었다. “따라오든가, 여기서 잿밥으로 늙든가.”
엘리안은 아버지를 봤다. 아버지는 눈을 피했다. 마을은 그를 저주라 불렀다. 붙잡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노인을 따라 걸었다. 뒤가 아니라, 앞을 보면서.
멀리 마른 강 너머에서, 오직 그에게만 들리는 소리가 이어졌다. 우물 하나가 아니라, 세상 전체가 우는 소리였다.
그게 무슨 뜻인지, 엘리안은 곧 알게 된다.
그리고 그날, 세상은 이 잿밥의 이름을 알게 될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