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마지막 물길》 2화 — 죽지 않으면 배운다

죽음 직전까지 몰린 협곡에서, 소년은 처음으로 '듣는 법'이 아니라 '읽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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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으면 여기 남든가.” 노인이 말했다. “굶어 죽든, 저 안에서 죽든, 네 마음이고.”

앞에 마른 협곡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안에서 에오르가 미쳐 날뛰었다. 흐름이 벽에 튕기고, 소용돌이치고, 폭주하는 소리. 하렌 우물이 터지던 그 음의, 사나운 형이었다.

“저긴 에오르가 미쳤어요.” 엘리안이 반보 물러섰다.

“나흘 돌아가야 해. 그동안 아래 마을 몇은 우물이 마르고.” 노인은 벌써 협곡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 “난 못 따라오는 제자를 기다리는 취미가 없다.”

그러곤 인사도 없이, 폭주 속으로 사라졌다.

엘리안은 얼어붙었다. 미친 에오르가 노인을 스칠 때마다, 그 주위만 잠깐씩 잠잠해졌다. 저 영감한테는 저게 마당이구나. 나한텐 죽음이고.

남을까. 또, 무서워서.

그 생각이 그를 일으켰다. 두 번은 안 할 짓이었다.

눈을 감았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들으려고.

하렌 우물을 사흘 들었던 그 귀로 협곡을 들었다. 처음엔 아수라장. 그러다 결이 잡혔다. 폭주에도 박자가 있었다. 왼쪽이 부풀면 오른쪽이 숨을 골랐다. 소용돌이가 밀리면 뒤에 고요가 남았다. 파도처럼.

들린다.

고요가 생기는 자리로 첫발을 뗐다. 반박자 뒤 그 자리가 터졌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다음 고요에 있었다. 하나. 둘. 셋. 협곡의 숨을 세며 나아갔다.

중간에서 박자가 어긋났다. 두 소용돌이가 겹쳤다. 고요가 사라졌다. 앞뒤가 동시에 부풀었다.

뜨거운 게 왼팔을 핥았다. 살 타는 냄새. 카른처럼. 반박자 늦어서—

그때 협곡이 숨을 멈췄다.

폭주하던 에오르 전체가 얼어붙었다. 거대하고 차가운 무언가가 공기를 통째로 눌러 재웠다. 엘리안은 그 정적을 딛고 마지막 고요로 굴렀다.

돌아보니, 저만치 앞선 노인이 한 손을 뒤로 뻗고 있었다. 손끝이 옅게 빛나다 꺼졌다. 노인은 그 무언가를 도로 삼키고 손을 내렸다.

방금 그게 뭔지 엘리안은 몰랐다. 다만 저 영감 안에 협곡을 통째로 재울 무언가가 잠겨 있다는 것. 그리고 기다리는 취미가 없다던 그가, 돌아서서 자기를 구했다는 것만은 알았다.

반대쪽으로 굴러 나왔다. 손이 떨렸다. 무릎이 풀렸다.

그런데 이를 악물고 올려다본 입에서 나온 말은—

“…또 언제 해요? 더 세지려면.”

노인이 걸음을 멈췄다. 어이없다는 눈으로 소년을 봤다. 그러곤 물통을 툭 던졌다. 위로도 칭찬도 아닌 그냥 물이었다. 엘리안은 두 손으로 받았다.

노인이 다가와, 대꾸도 없이 그의 왼팔을 잡았다. 화상 자리에 연고를 거칠게 발랐다. 아플 만큼 거칠게. “다음엔 왼쪽에 붙지 마라. 왼쪽 벽이 먼저 부푼다.” 그 말에 엘리안은 알았다. 저 앞에서 걷던 영감이, 자기가 협곡을 건너는 내내 뒤를 지켜봤다는 걸.

“이름이라도 알려줘요.”

“보스크.” 노인은 이미 걷고 있었다. “죽을 뻔한 놈 이름은 알아둬야, 묻어줄 때 편하니까.”

협곡 아래 골짜기에 낯선 깃발들이 섰다. 검은 바탕에 은빛 저울. 창해 학회. 그 아래 사람들이 우물마다 쇠못을 박고 있었다. 저 멀리서 우물 하나가 또, 낮게, 잘못된 음으로 울기 시작했다.

“저게 뭐예요?”

“징발이다.” 보스크의 얼굴에서 조롱기가 걷혔다. “우물 죽는 게 병이면, 저건 병자한테서 마지막 피를 뽑는 짓이지.”

엘리안은 그 깃발을 노려봤다. 왼팔이 화끈거렸다. 그리고 처음으로—배운 걸, 저기다 써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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