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윅은 골짜기에서 제일 큰 마을이었다. 우물도 컸다. 드레이번이 직접 왔다.
이번엔 우물 전체를 뽑는 큰 시술이었다. 마법사 다섯이 굵은 놋쇠 관을 꽂았다. 뽑는 속도가 너무 빨랐다. 엘리안이 우물에 귀를 댔다. 우물이 감당 못 하게 비어 갔다.
“저러다 터져요.” 이번엔 안 삼켰다. “너무 빨리 뽑아요!”
드레이번이 웃었다. “아, 우물 저주하는 그 재주. 하렌도 그랬지.” 그가 손을 저었다. “끌어내.”
부하 둘이 엘리안의 팔을 잡았다. 그런데 우물 소리가 비명으로 치달았다. 사람들은 아직 광장에 있었다.
보스크가 어깨를 잡았다. “저건 강이다. 손대면 네가 터져.”
“그럼 저 사람들은요?” 엘리안이 스승 손을 뿌리쳤다.
우물로 달려들었다. 흐름이 팔로 역류했다. 몸 안에서 뭔가 찢어졌다. 코피가 쏟아졌다. 왼팔이 불붙었다. 그래도 딱 몇 초, 흐름을 옆으로 비틀었다. 우물 앞 아이 둘이 그 사이 끌려 나갔다.
거기까지가 그의 그릇이었다.
우물이 터졌다. 옆으로 튄 에오르가, 늦게 피한 노인 하나를 덮쳤다.
엘리안은 무릎을 꿇으며 봤다. 왼팔엔 검붉은 흉터가 손목부터 팔꿈치까지 남았다. 노인은 목숨은 건졌지만, 다리를 잃었다.
그리고 드레이번이, 그 앞에서 웃었다.
“보셨죠?” 그가 광장을 향해 손을 폈다. “무면허가 재능만 믿고 날뛰면, 애먼 사람 다리가 날아갑니다. 이게 ‘우물 저주한 아이’예요.”
사람들이 엘리안을 봤다. 반쯤 믿는 눈으로. 억울함이 목까지 찼다. 우물을 빨리 뽑은 건 저 사람인데—
그때, 엘리안이 봤다. 우물에 꽂힌 관 여러 개. 대부분 학회 장부 쪽. 그런데 딱 하나가, 방향이 달랐다. 마을 밖 어딘가로.
그가 피 묻은 입으로, 광장에 들리게 말했다.
“…그럼 저 관은요.” 그가 그 하나를 가리켰다. “다른 관은 다 장부로 가는데, 왜 저 하나만 마을 밖으로 새요? 징발이면 다 장부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드레이번의 웃음이, 딱 한 박자 멈췄다.
아주 짧았다. 그는 곧 손을 저었다. “헛소리를. 데려가서 상처나 싸매.” 하지만 광장의 몇몇이, 그 관을 흘긋 봤다. 씨앗 하나가 심겼다.
부하들이 엘리안을 끌고 갔다. 끌려가면서도, 그의 눈은 그 관을 놓지 않았다.
헛간. 보스크가 들어왔다.
“…손대지 말랬는데 손댔어요.” 엘리안이 먼저 말했다.
“팔 하나 버리고 애 둘 살렸고. 멍청한 짓이었다.” 노인이 잠시 뜸을 들였다. “…멍청한데, 나쁜 짓은 아니었어. 다음엔 머리를 써라. 팔 말고.”
문이 닫혔다.
엘리안은 성한 오른손을 쥐었다. 팔은 아팠다. 누명도 아팠다. 근데 아까 그 관—드레이번의 웃음이 멈춘 그 한 박자가, 자꾸 떠올랐다.
저 우아한 얼굴에도, 건드리면 멈추는 데가 있었다.
저 관이 어디로 가는지 밝히는 순간, 그 얼굴이 어떻게 무너질지. 벌써 보고 싶었다.
엘리안은 일어섰다. 팔이 아팠지만, 눈은 이미 그 관을 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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