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제휴 마케팅 링크가 포함될 수 있으며, 구매 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AI 코딩 스타트업이 자기 모델을 직접 만들겠다고 하면, 나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의심한다. 진짜 기술적 자신감이거나, 아니면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거나. Base44가 2026년 6월 자체 모델 ‘Base1’을 공개했을 때, 나는 후자 쪽에 무게를 뒀다. 그리고 그건 나쁜 뜻이 아니다. 오히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정직한 부분이다.
앱을 못 만드는 사람이 앱을 만든다는 약속
먼저 Base44가 뭔지부터. 자연어로 “이런 앱을 만들어줘"라고 채팅하면 코드와 인프라를 통째로 뽑아주는 노코드 앱 빌더다. 데이터베이스, 사용자 인증, 파일 스토리지, 이메일, 결제, 호스팅, 배포 — 원래라면 서너 개의 서드파티 서비스를 이어 붙여야 할 것들을 별도 연동 없이 자동으로 깔아준다.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즉 코드를 타이핑하는 게 아니라 대화로 만드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2025년 6월 Wix에 약 8천만 달러(2029년까지 성과 기반 추가 지급 포함)에 인수됐다. (Wix 공식 발표) 인수 시점의 숫자만 놓고 보면 이 판의 승자처럼 보인다. 2026년 1분기 기준 200만 명 넘는 사용자, 약 1억 달러 ARR을 보고했으니까. (TechCrunch)
그런데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사용자도 많고 돈도 버는 회사가, 왜 지금 굳이 자기 모델을 만들까?
‘능가하겠다’가 아니라 ‘소유하겠다’
Base44의 지금까지 뇌는 남의 것이었다. 앱을 생성하는 실제 지능은 Claude나 GPT 같은 프론티어 모델이 담당했고, Base44는 그 위에 예쁜 대화 인터페이스와 인프라 자동화를 얹은 껍데기에 가까웠다. 문제는 이 구조에서 원가와 속도를 회사가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모델 회사가 API 가격을 올리면 그대로 얻어맞는다. 응답이 느리면 사용자만 답답하다.
Base1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오픈소스 LLM을 파인튜닝한 모델인데, 학습 재료가 흥미롭다 — Base44 플랫폼 안에서 쌓인 수천만 건의 실제 사용자 상호작용 데이터다. 사람들이 어떻게 앱을 요청하고, 어디서 막히고, 어떻게 고쳐달라고 하는지가 전부 데이터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남이 가질 수 없는 재료다.
창업자 Maor Shlomo의 말이 이 전략을 정확히 요약한다. Base1이 지연시간·비용·효율에서 최적화 여지를 주며, 결국 Claude Opus 같은 프론티어 모델보다 고객에게 더 빠르고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TechCrunch) 그리고 자사를 데이터·유통·인프라를 모두 소유한 ‘유일한 수직통합형’ 바이브코딩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여기 어디에도 “우리가 세계 최고의 코딩 모델을 만들었다"는 말은 없다. 핵심 단어는 성능이 아니라 **소유(defensibility, 해자)**다. 다른 스타트업이 흉내 낼 수 없는 것을 갖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제 성능은?
이 글의 제목이 묻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하면 이렇다. 아직 모른다. 그리고 Base44 스스로도 그렇게 말한다.
Base44는 Base1이 대체 대상인 프론티어 모델을 아직 ‘능가’한 게 아니라, ‘경쟁력 있는 성능을 보이기 시작한’ 수준이라고 인정했다. (The New Stack) 공개된 벤치마크도, 비교 수치도 없다. 초기 버전이고, 우선 앱 생성 워크플로에만 적용된다.
이건 마케팅 문구를 걷어내면 꽤 겸손한 고백이다. “프론티어 모델을 능가하겠다"는 실증이 아니라 목표(aspirational)에 불과하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이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반례가 이미 있다. 법률 AI 스타트업 Harvey는 자체 모델 훈련 계획을 세웠다가 접었다. 좁은(narrow) 특화 모델이, 매달 무섭게 좋아지는 범용 프론티어 모델을 계속 이길 수 있을까? 이건 검증되지 않은 리스크다.
내 관점은 이렇다. Base1이 프론티어 모델을 코딩 실력으로 이기는 그림은 당분간 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Base44에게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앱 생성이라는 좁고 반복적인 작업에서 ‘충분히 좋으면서 더 싸고 더 빠른’ 모델이라면, 사용자 대부분은 차이를 못 느끼고 오히려 만족한다. 프론티어 모델의 마지막 10% 지능은 “일기 앱 만들어줘” 수준의 요청에서는 대개 낭비다. Base44의 승부처는 최고 성능이 아니라 원가 구조라는 얘기다.
진짜로 따져야 할 건 크레딧이다

성능 논쟁이 흥미롭긴 하지만, 실제로 이 도구를 쓸 사람에게 더 아픈 지점은 따로 있다. 과금 방식이다.
Base44는 ‘메시지 크레딧’ 기반으로 돈을 받는다. 가격은 이렇다:
- Free: $0/월 — 크레딧 25개
- Starter: $16/월(연간 결제) — 100 크레딧
- Builder: $40/월(연간 결제) — 250 크레딧, 커스텀 도메인·GitHub 연동
- Pro: $80/월(연간 결제) — 500 크레딧
- Elite: $160/월(연간 결제) — 1,200 크레딧
숫자만 보면 깔끔해 보인다. 함정은 크레딧이 두 겹이라는 데 있다. AI와 채팅해서 앱을 만들거나 고칠 때마다 빌드용 크레딧이 닳고, 여기에 더해 이메일 발송·이미지 생성·LLM 호출 같은 통합 액션이 실행될 때마다 별도 크레딧이 또 차감된다. 앱을 ‘만드는 비용’과 앱이 ‘돌아가는 비용’이 따로 물리는 구조다.
이게 왜 문제냐면, 실제 청구액을 미리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AI에게 “여기 버튼 색만 바꿔줘"라고 세 번 왔다 갔다 하면 크레딧 세 번이 나간다. 완성도가 낮은 요청을 반복 수정할수록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월 25개 무료 크레딧으로는 진지한 앱 하나를 끝까지 밀고 가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Base1의 원가 최적화가 성공하면, 이 크레딧당 비용 구조에 숨통이 트일 여지도 있다 — 회사가 자기 모델을 만드는 이유가 여기서 사용자에게 되돌아오는 셈이다.
결론: 겁먹지 말고, 환상도 갖지 말 것
Base44의 Base1 발표를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성능 혁신 뉴스가 아니라, 생존 전략 뉴스다. AI 껍데기 스타트업들이 남의 모델에 얹혀 있다가 언제든 갈아치워질 수 있다는 공포 속에서, Base44는 데이터라는 자기만의 재료로 해자를 파기 시작했다. 방향은 영리하다.
다만 지금 이 도구를 쓸지 말지 결정하는 사람에게 Base1은 아직 판단 근거가 못 된다. 벤치마크도 없고, 앱 생성 외 영역에서는 여전히 범용성 한계를 그대로 안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Base44를 평가하는 기준은 ‘자체 모델을 가졌다’는 사실이 아니라, 프롬프트로 원하는 앱이 실제로 나오느냐와 크레딧이 감당 가능하냐, 이 두 가지다.
가볍게 아이디어를 프로토타이핑하거나, 코드를 모르는데 사내 도구 하나가 급하게 필요한 사람이라면 무료 티어로 시작해 크레딧이 어떻게 닳는지부터 체감해보길 권한다. 반대로 정밀한 커스터마이징과 예측 가능한 비용이 중요한 프로젝트라면, 화려한 ‘자체 모델’ 헤드라인에 홀리지 말고 실제 청구서를 먼저 상상해보는 편이 낫다. 자기 뇌를 갖기 시작한 회사라는 건 분명 흥미롭지만, 그 뇌가 당신의 앱을 잘 만들어줄지는 아직 별개의 문제다.
